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부모의 육아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기가 찾아온다. 어릴 때는 밥을 먹었는지, 숙제를 했는지, 준비물을 챙겼는지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이 당연했다. 부모가 이야기하면 아이도 어느 정도 따라왔다. 그런데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같은 말을 해도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고등학교 1학년 아이는 방안에서 나오질 않았으며. 중학교3학년아이는 모든 말에 짜증이 섞여있어다. 무슨 말을 걸면 짜증부터 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춘기가 시작되면 아이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육아 습관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예전처럼 아이를 이끌려고 했다. 공부하라고 말하고, 생활습관을 지적하고, 잘못한 부분을 바로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할수록 아이와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아이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내가 먼저 바꿔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실제로 가장 많이 바꾼 사춘기 육아 습관 5가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아이에게 바로 조언하는 습관을 줄였다
예전에는 아이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해결책부터 이야기했다.
“그러면 이렇게 해.”
“그 친구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다음에는 그냥 신경 쓰지 마.”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해결해주고 싶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가 고민을 이야기하다가 내가 해결책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대화를 멈추는 것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아이가 왜 내 말을 듣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아이는 해결책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필요로 했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힘든 이야기를 하면 바로 조언하기보다 먼저 듣는다.
“그랬구나.”
“그때 기분이 어땠어?”
“엄마한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이렇게 반응한 뒤 아이가 더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리려고 한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세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예전 습관이 나온다. 그래도 예전보다 확실히 달라진 점은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다음 필요한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에서는 부모가 얼마나 좋은 조언을 하느냐보다 아이가 부모에게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2. 잘못을 발견하면 바로 지적하던 습관을 줄였다
아이의 행동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부모는 바로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방이 지저분하면 정리하라고 하고,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그만하라고 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공부하라고 말하게 된다.
나 역시 아이들의 생활을 챙기면서 이런 말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니 아이에게는 하루 종일 부모의 지적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반드시 이야기해야 하는 문제와 조금 기다려도 되는 문제를 구분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방이 조금 지저분한 것은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건강이나 안전, 학교생활처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문제라면 이야기를 나눈다.
이 작은 변화가 생각보다 컸다.
부모가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으니 아이와 불필요하게 부딪히는 일이 줄어들었다.
사춘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모든 행동을 관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물론 이것이 아이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하게 두라는 뜻은 아니다. 가족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은 분명하게 정하되, 사소한 부분까지 부모가 통제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내가 바꾼 중요한 습관 중 하나다.
3. 성적을 확인하자마자 결과부터 묻는 습관을 바꿨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가장 예민해지는 순간 중 하나가 시험기간이 아닐까 싶다.
특히 중·고등학생이 되면 성적이 앞으로의 진로와 연결될 것 같아 부모도 마음이 급해진다.
나도 아이의 시험 결과를 확인하면 무심코
“몇 점이야?”
“왜 이것밖에 못 받았어?”
“공부는 했어?”
라는 말을 먼저 하곤 했다.
하지만 시험 결과에 예민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부모에게는 점수 하나지만 아이에게는 그 점수가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을 평가받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성적을 확인할 때 결과부터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험은 어땠어?”
“어려웠던 과목은 뭐였어?”
“이번에 네가 아쉬웠던 부분은 있어?”
이런 식으로 먼저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학업은 아이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만 성적을 관리하는 것과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세 아이를 키우면서 배웠다.
시험을 잘 봤을 때만 부모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부모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아이와 갈등이 생기면 끝까지 이기려고 하던 습관을 버렸다
사춘기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부모도 억울하고 아이도 억울하다.
예전의 나는 아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설명하려고 했다.
“엄마가 왜 화났는지 알아?”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엄마가 몇 번을 이야기했어?”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작은 문제였는데 어느새 서로 감정만 상한 채 대화가 끝나곤 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바뀐 부분은 모든 갈등에서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할 부분은 이야기하되, 감정이 너무 커졌다면 잠시 대화를 멈춘다.
“지금은 우리 둘 다 화가 난 것 같아. 조금 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
라고 말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말을 심하게 했다면 먼저 사과하려고 한다.
부모가 먼저 사과한다고 해서 부모의 권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에게는 부모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가 항상 옳을 수는 없다.
나는 이것을 인정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5. 아이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하던 습관을 줄였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변화 중 하나는 아이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대부분 알고 있었다. 누구와 놀았는지, 어디에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자연스럽게 확인했다.
하지만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아이에게는 부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생긴다.
처음에는 그것이 서운했다.
“왜 엄마한테 말을 안 하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친구 문제는 없는 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계속 질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질문이 많아질수록 아이가 오히려 더 말을 닫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에게 필요한 관심과 아이가 원하는 사생활을 구분하려고 노력한다.
아이의 모든 생각을 알아야 안심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정말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데 더 집중하려고 한다.
“엄마한테 꼭 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데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이런 말을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아이에게 공간을 주는 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신뢰를 연습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세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배우고 있다.
사춘기 육아에서 부모가 먼저 변해야 했던 이유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사춘기를 단순히 아이가 반항하는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생기고, 부모와 다른 의견을 갖기 시작한다. 부모의 말을 무조건 따르던 어린 시절과 달리 자신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충돌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물론 모든 행동을 사춘기라는 이유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본적인 예의와 안전, 가족의 규칙은 필요하다. 다만 부모가 아이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면 오히려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바꾼 사춘기 육아 습관은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아이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부모인 내가 먼저 돌아보는 것.
아이에게 말을 줄이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었고, 반대로 중요한 순간에는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었다.
무조건 기다리는 것도 답이 아니었고, 무조건 간섭하는 것도 답이 아니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

완벽한 부모보다 다시 대화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깨달은 것은 부모도 실수한다는 사실이다.
아이에게 화를 낼 때도 있고, 불필요하게 잔소리를 할 때도 있다. 아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날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수한 뒤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세 아이를 키우면서 아직도 매일 연습하고 있다.
조언하기 전에 한 번 더 듣기.
바로 지적하기 전에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생각하기.
성적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살피기.
갈등에서 이기려고 하지 않기.
아이에게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인정하기.
이 다섯 가지는 거창한 육아법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부모의 행동을 조금씩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이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사춘기는 아이만 성장하는 시기가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시기인지 모른다.
오늘도 아이와 대화하다가 또 실수했다면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 다시 말을 걸고, 먼저 웃어주고, “어제는 엄마가 미안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세 아이를 키우는 나 역시 아직 완벽한 부모가 아니다. 다만 아이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 오늘도 조금씩 내 습관을 바꾸고 있다.
2026.08.06 - [사춘기 부모대화] - 부모가 절대 하면 안 되는 말 10가지, 고1·중3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현실적인 대화법
부모가 절대 하면 안 되는 말 10가지, 고1·중3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현실적인 대화법
사춘기 자녀를 키우다 보면 부모도 모르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3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첫째는 입시를 앞두고 예민한 시기이고,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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